날 것의 솔직함으로 풀어 쓴 방황하는 20대의 씁쓸함
흑백으로 그려진 일본 만화 화풍의 여자의 얼굴이 보입니다. 여자는 일본 성인만화에서 말하는 아헤가오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 옆에는 일본어로 앨범의 제목을 음차한 글씨가 쓰여있습니다. 그리고 뒤로는 그보다 옅게 아티스트의 이름과 앨범의 제목이 영어로 쓰여 있습니다. 일본 애로 망가의 앞면 커버를 연상시키키도 하는 이 앨범은, 남들이 꺼내기 꺼려하는 것을 당당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커버 뒤에 있는 부적응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 고스트클럽(ghvstclub)의 <Misfits>입니다.
고스트클럽이라는 아티스트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매우 적습니다. 그나마 우리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은, 그는 현재까지 총 3장의 EP를 통해 우리에게 모습을 보였고 그 중에서 오늘 소개할 앨범 <Misfits>가 작년에 리스너들과 평단의 큰 호평을 받으며 한국힙합어워즈 신인왕 후보에 올라 주목을 받게 된 새로운 아티스트입니다.
고스트클럽의 음악이 갖는 강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가사 와 장르 소화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앨범 이름처럼 사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 세대들을 생활에 밀착한 언어, 마이너한 언어들로 묘사합니다. 세세한 묘사로 마치 사실을 노래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가사에 강점이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또 다른 장점은 장르 소화력인데, 굉장히 다양한 장르의 비트 위에서 랩과 싱잉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특히 싱잉의 경우 곡 분위기에 따라 목소리를 활용해서 트랙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점도 고스트클럽의 다재다능함이 빛을 발하는 부분입니다. 그 이후의 작업물 <Enfant Terrible>에선 더욱 넓어진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우선 앨범을 들었을 때, 타이틀인 'Unholy!', 'Misfit97', 그리고 진한 여운이 남는 마지막 트랙 'Paran', 이 외에도 많은 수록곡들이 진한 여운을 남겨 줍니다. 타이틀 곡 같은 경우는 이 앨범의 가장 주된 정서를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는 기형적인 인간 관계와 자신의 비뚤어진 성격이 있습니다. 자신의 생활은 그렇게 형성되었고, 그렇기에 타인을 대하는 방식도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깊은 관계는 비뚤어진 성격 탓인지, 이상하게 흘러가고, 그렇기에 짧은 시간 동안의 쾌락을 찾아서 헤매기만 할 뿐 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에선 자신이 누워있는 모텔 방에서, 퇴실하는 순간부터 다시 자신의 현실을 마주하기 싫어하는 내용이 보입니다. 자신의 이러한 삶을 어쩔 수 없다고 하며, 현실을 멀리하고 싶어하는 그러한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인상깊게 남은 트랙은 'Balmain', '그래서 그랬어' 였습니다. 'Balmain'에서는 가장 싱잉과 랩이 조화롭게 섞여 고스트클럽의 강점이 정말 잘 드러난 것 같았습니다. 타입 비트를 사용했지만, 최소한의 터치를 통해 비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아마추어리즘(싸클 감성)이 정말 진하게 묻어나오기에 인상깊었습니다.
반면 '그래서 그랬어'는 비트보단 가사가 더 돋보였던 노래였습니다. 누군가에겐 락스타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그저 양아치로 비춰지는 사람에게 오는 허무함을 어떠한 가감도 없이 날 것의 단어들로 보여줘 놀라웠습니다. 이 노래 한 구절의 가사는 계속 머리에 남는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가사의 임팩트가 강렬했습니다.
이러한 앨범 또한 아쉬운 점들이 존재하긴 하는데, 옴니버스 식의 트랙 구성은 정말 자유롭게 트랙 단위의 이야기들를 화수분처럼 쏟아내기 좋은 형식이긴 합니다. 하지만 고스트클럽의 작사력이나 멜로디 구성이라면, 트랙 간의 유기성을 갖는 앨범을 제작했을 때 정말 걸작이 나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보단 기대감에 더 가까운 감상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차붐의 계보를 이어갈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생각에, 이 아티스트의 성숙이 더 기대됩니다.
앨범 자켓처럼, 고스트클럽은 모두가 타부시하는 일들을 어떨 때는 강렬하게, 어떨 때는 담담하게 우리 모두가 입 밖으로 꺼내기 망설여지는 과감함으로 감정에 타격감을 줍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러한 과감한 언행이 가능한 것이 방황하는 젊은 세대이기 때문이라는 사실 때문에 상당한 씁쓸함까지 가져다 줍니다. 양가적인 감정을 제공하는 앨범, 지금까지 코스트클럽의 <Misfit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