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오페라 역사상 최고의 앨범
The Wall
앨범 커버는 그저 하얀 벽. 그리고 붙은 검은 글씨의 핑크 플로이드 글자 스티커. 비록 그것이 다지만 벽이라는 주제는 앨범 이름에서 알 수 있지만 이 앨범을 관통하는 주요 주제이다.
이 앨범의 장르는 록 오페라, 프로그레시브 록, 아트 록 정도로 구분된다. 록 오페라라는 장르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록 오페라란 오페라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만드는 록 음악을 의미한다. 아트 록 같은 경우는 예술성을 덧 붙인 록 음악 정도로 생각하면 편할 듯하다.
이 앨범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핑크" 라는 가상의 인물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작품이고 순환하는 구조를 띄고 있다는 것이다. 전작인 The Dark Side of the Moon 에서는 심장 박동으로 순환 구조를 나타내었다면 이 앨범은 In the Flesh?와 Outside the Wall의 각각 초반, 후반의 가사가 이어지는 것으로 순환된다.
핑크라는 가상의 인물은 핑크 플로이드의 전 리더인 시드 바렛, 로저 워터스의 인생을 조금씩 섞어서 만든 일생을 가지고 있다. 수록곡의 순서과 연관 지어서 핑크라는 인물의 인생을 설명해보려고 한다. 이것은 이 앨범을 주제로 한 영화를 기반하여 서술한다.
첫 트랙 In the Flesh?에서는 공연을 하는 핑크의 모습이 잠깐 나오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노래 이후에 The Thin Ice라는 트랙이 나오는데 아기 울음 소리로 나오는 이 트랙에서는 갓 태어난 핑크의 앞으로의 순탄치 않을 인생을 살얼음을 걷는 행위로 묘사한다. 섬뜩한 가사도 일품.
다음 트랙으로는 Another Brick in the Wall, Pt. 1으로 전사한 아버지로 인한 외로움이 그의 마음속에 벽을 세우게 되는 계기가 되는 시작이 된다.
그 다음 트랙인 The Happiest Days of Our Lives가 이어져 나오는데 이 가사에서는 제목과는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집 안에서는 아내에게 휘둘리는 선생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회초리로 때리는 등의 분풀이를 하는 것을 비판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이 다음 트랙은 이 앨범에서 제일 유명한 트랙이자 아마 핑크 플로이드 음악 전체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Another Brick in the Wall, Pt. 2가 나온다. 전형적인 디스코풍인 이 트랙이 핑크 플로이드를 대표하는 트랙인 것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트랙은 영국의 획일화된 교육을 비판하는 노래로 후반에 아이들이 이 가사를 부르는 것이 기억에 남는 트랙이기도 하다.
다음 트랙인 Mother는 아버지의 부재가 불러온 어머니의 과잉보호를 주제로 한다. 핑크는 어머니, 제가 벽을 지어야 할까요? 라며 한탄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노래를 한다. 5/8박자로 이루어진 이 곡은 곡에 불안한 느낌을 가져다 주고 어머니의 대사인 벽을 짓는 걸 도와주겠다든가 모든 악몽을 끄집어 너에게 주겠다는 등의 말은 섬뜩하기 그지없다. 소위 마마보이가 되어버린 핑크를 묘사하는 곡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곡으로 핑크가 가수가 됨을 암시하는 곡이기도 하다.
B side의 시작인 Goodbye Blue Sky는 Mother의 다음 트랙으로 어머니의 과잉보호, 아버지의 부재, 선생님의 학대에 이어 전쟁으로 황폐화된 사회를 나타낸다. 이 곡의 의미를 알고 처음 아이가 말하는 저기 비행기가 떠가요의 가사를 들으면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후반에 들리는 공항 소리는 핑크가 순회공연을 떠남을 의미한다.
다음 트랙인 Empty Space는 가수로 성장한 핑크지만 사랑이 결여된 부부생활은 그에게 다른 벽돌을 쌓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 다음 트랙인 Young Lust는 사랑이 결여된 생활을 하는 핑크는 그녀의 여성 팬으로 그 결여된 사랑을 채우려고 한다. 뒤에 나오는 콜렉트콜 음성은 핑크의 아내가 바람을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다음 트랙인 One of My Turn은 여성 팬의 목소리로 시작하여 색 바랜 사랑을 이야기 한다. 핑크. 핑크의 아내가 서로 바람을 피고 있으니 퇴색된 사랑을 이야기 하는 것도 마냥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 과정에서 여성 팬은 도망가버리고 만다.
이 다음 트랙인 Don't Leave Me Now의 특징으로는 혼자 남겨진 핑크를 표현하며 찢어질 듯한 보컬과 키보드 사운드는 듣는 이에게 괴기스러운 느낌을 선사해준다.
Another Brick in the Wall, Pt. 3은 벽돌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아내의 불륜을 기점으로 세 번째 벽돌을 쌓아 자신만의 벽을 완성하게 됨을 의미한다. 벽 바깥에 있는 것은 사회로 이 벽은 핑크와 사회를 단절시키는 벽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어지는 트랙인 Goodbye Cruel World는 자살을 암시하는 의미로 핑크가 사회에게 보내는 마지막 메세지가 된다. 이후 1LP가 끝나고 Side C로 시작된다. 이 다음부터는 벽 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Side C의 첫 트랙인 Hey You는 벽을 다 쌓게 된 후 잘못됨을 느끼지만 자신이 쌓은 벽이 너무 높고 튼튼하여 나갈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사 중에 있는 벌레가 그의 뇌를 갉아 먹었다는 구절은 앞으로 나올 복선에 대한 예고를 보여준다.
다음 트랙인 Is There Anybody Out There?은 제목에서 유추 가능하듯이 Hey You에서 잘못됨을 깨달은 핑크가 벽 밖에 아무도 없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허나 응답은 없고 그는 소외되어 외로움은 커져간다.
그 다음 트랙인 Nobody Home은 앞선 두 트랙과 마찬가지로 핑크의 독백이다. 슬픔이 가득한 로저 워터스의 보컬과 아르페지오 등이 잔잔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감동을 준다. 진짜 아무도 없음을 알게 된 핑크는 자신 주위의 물건을 만지작거리지만 외로움을 달래지는 못한다. 뒤의 두 곡과 일부 멜로디를 공유한다.
다음 트랙 Vera는 베라 린이라는 가수를 의미한다. 이 가수는 2차 세계대전 시기에 활동한 가수로 국민가수 수준의 인기를 얻은 가수이다. 죽은 아버지는 어디에 있냐며 반문하는 모습이 그의 외로움을 더욱 가중시킨다. 영화에서는 어린 시절 핑크가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지만 결국 아버지는 오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재회의 기쁨을 누리는 것을 보며 상심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으로 표현된다.
그 다음 트랙인 Bring the Boys Back Home은 예전 곡에서 나온 선생님의 목소리, 여성 팬의 목소리 등이 나온다. 핑크는 가야 할 시간이라는 말을 듣고 벽 안의 생활을 방해받게 된다. Nobody Home - Vera - Bring the Boys Back Home은 라이트모티프가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이 선율은 물, 상황 등 반복되는 짧은 주제나 동기를 묘사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주제선율을 뜻한다. 본래 연극에서 쓰이는 단어이다.
그 다음 트랙이자 대중음악 역사상 최고의 기타 솔로를 뽑으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거의 무조건 들어가는 명곡 Comfortably Numb가 나온다. 로저 워터스와 데이비드 길모어의 합작으로 이 앨범에서 잘 알려진 곡 중 하나이다. 제정신이 아닌 핑크를 공연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 약을 투여하여 공연장으로 보낸다. 이 곡으로 Side C가 끝나게 되고 Side D로 넘어가게 된다.
Side D의 첫 번째 곡인 The Show Must Go On은 핑크의 또 다른 자아가 쇼를 지배하게 됨을 암시한다. 그러나 또 다른 자아에 관련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 가사는 핑크의 공연에 대한 여러 걱정들이 담겨있다.
그 다음 곡인 In the Flesh는 공연을 하는 핑크에 대한 내용이다. 첫 번째 트랙이랑 멜로디, 첫 가사 등이 같다. 여기서 핑크는 각종 인종차별 발언을 하며 자신만의 제국인 망치 제국을 세워 사회에 복수를 꾀한다. 또한 여기서 나오는 인종차별 가사는 1976년 에릭 클랩튼이 했던 인종차별 발언과 유사하다는 재밌는 특징이 있다. 비록 로저 워터스와 에릭 클랩튼의 관계가 좋으나 용납할 수 없었던 듯하다.
다음 트랙인 Run Like Hell에서는 핑크가 공연장 밖으로 나가서 더러운 것들, 즉 불순한 것들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마치 히틀러를 연상시키게 하는 핑크의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하다.
그 다음 트랙인 Waiting for the Worms 에서는 독일어로 나오는 하나 둘 셋 다같이 같은 가사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수준이 아닌 그 자체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앞에 있던 벌레의 복선을 해결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벌레는 사회적 병페들을 의미한다. 또한 핑크가 저지르고 있는 여러 광기의 행동들은 그것이 원인이라고도 불 수 있다.
다음 트랙인 Stop에서는 웅장한 사운드가 갑자기 끊기고 어쿠스틱 사운드가 들린다. 그러면서 핑크는 자신의 행동들의 문제를 자각하며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음을 깨달기도 한다. 핑크 플로이드의 모든 곡 중 가장 짧은 트랙이기도 하다.
이 다음 트랙인 The Trial은 마치 한 편의 오페라를 듣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 주는 웅장한 곡이며 이 앨범의 백미이기도 하다. 마지막의 Tear Down the Wall 가사 부분의 웅장함은 가슴이 벌렁거리는 느낌도 약간 받게 할 만큼 크게 와 닿는다. 여기서 재판은 벌레 판사가 맡고 선생, 아내, 핑크의 어머니가 증인으로 나오면서 핑크는 잘못을 깨닫는다. 결국 벌레 판사는 판사 경력에서 이런 끔찍한 일은 없었다고 말하며 핑크가 쌓아올린 벅을 허물 것을 지시한다. 인간의 본연의 감정을 모두 드러낸 죄로 말이다. 곡의 극후반부에서 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며 다음 트랙이자 마지막 트랙으로 넘어간다.
이 다음 트랙이자 마지막 트랙인 Outside the Wall에서는 끝에 Isn't this where...이란 가사가 흘러나오고 첫 트랙인 In the Flesh?에서는 ...we came in?이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뜻은 우리가 들어왔던 곳 아닌가? 라는 뜻으로 해석되어 허물어진 벽이 다시 누군가에 의해 쌓아올려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요약하게 된다면 아버지를 전쟁에서 잃고 어머니의 과보호와 선생님의 학대를 받고 자란 핑크는 가수가 되지만 사랑이 떨어진 결혼 생활이 힘들어 여성 팬과 불륜을 저지른다. 그 후 자신 만의 사회와 단절하는 벽을 쌓고 사회에 대한 복수를 시작하지만 결국 본인이 일이 잘못 돌아가는 것을 깨닫고 사회와의 벽을 허물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벽을 쌓는 자가 누가 될 지 모른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앨범은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 다음으로 회자되는 명반이며 록 오페라 역사상 최고의 명반이다. 이 음반 또한 록 음악을 접하면서 당연하게 마주할 앨범으로써 이 앨범에 1시간 20분이라는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일 수도 아님 조금 긴 시간일 수도 있으나 꼭 들어보기를 추천한다.